로런은 역을 빠져나왔다. 뒤따라 나오는 사람이 있어 문을 잡아주었다. 눈인사를 나누고 입구에서 도시의 정경을 보았다. 간간이 목도리를 두르고 빨간 코를 내놓고 다니는 행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우뚝 솟아난 벨을 발견했다.
벨은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알았다. 벨은 여행 후에도 멀끔한 모습이었다. 차림새만큼은 그랬다. 그는 버스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로런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루틴을 잘 안다. 벨은 계속해서 고개를 죽 빼 좌우를 둘러보았고, 그 시선은 코앞이 아닌 어딘가 너머를 향했다. 그 너머에 목적이 있는 거다. 또, 손목시계를 자주 확인했다. 소매를 걷었다 덮고, 손목을 들었다 내렸다. 자신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그 시간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얼마나 더 오래 지옥 같을지 헤아리는 거다. 피가 돌았을 법한데도 오른 손목 아래가 희게 질려 있었다. 공기가 차가워 그런가. 로런은 벨의 숨통을 틔워주기로 했다. 시원스럽게 걸어가 그의 오른손을 건드렸다.
“가자.”
로런은 불안하고 초조한 눈과 마주쳤다.
“기다렸어.”
오로지 그 말만을 하기 위해 그곳에 있었다고 호소하는 날 선 눈빛…. 로런은 어떤 충동을 떠올렸다.
“어디 가?”
그렇게 묻는 벨의 목소리에, 눈에 있었던 기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저기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랜드로버가 있다. 헤드라이트에 머리를 부딪혔으면! 이윽고 로런은 몸 안쪽에서부터 굉음을 들었다. 벨의 ‘왜?’냐는 물음에 로런은 ‘그냥.’이라고 답했다. 그냥. 네가 너무 불안해하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