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해.”
어느 날 한 가지 진실을 알게 됐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야.”
지극히 사실에 가까운 진실.
“겨우 하나면 신이 얼마나 지루하겠어? 나 같으면 일주일에 하나씩 만들래.”
본인이 신이라도 되는 듯 말하는 이 애는 운동화를 구겨서 신고 있다. 아니, 어디 하나 단정한 군데가 없다. 밑단이 헤져 잘라낸 폴리에스터 바지, 목이 늘어난 티셔츠. 비쭉 기른 머리카락은 눈가와 목을 찌르고, 아주 지루한 듯 나를 본다. 진달래꽃 뒷부분을 질겅질겅 씹다 꿀을 쪽 빨아 먹었다.
“그렇게 먹으면 쓸 텐데.”
“그래, 풀 맛만 나네.”
맥없이 꽃을 입에서 떨어뜨린다. 꽁무니가 짓물러 있었다.
“그리고 하나씩 버리겠지.”
“얘기 안 끝났구나.”
“어. 들어봐. 만들면 만들수록 나중에 만든 게 더 마음에 들걸. 빚어놓은 자식은 말 잘 듣는 애들이고,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잘 살고. 병 들어 죽은 동물은 땅에 묻고 수명이 다 돼서 죽은 건 가죽 벗겨 먹고. 나눌 줄도 알고 가질 줄도 아는 거지.”
“사는 거의 문제네.”
그 말엔 ‘결국’ 혹은 ‘겨우’라는 단어가 빠져 있었다. 나는 하이톱 앞 코로 바닥을 내리쳤다.
“뭐, 그래. 단순하게.”
이 애는 바로 내 발 옆에 있던 발로 진달래꽃을 밟고 비빈다. 꽃은 해체되고 보도블록 위에 분홍 물이 든다.
“잔인하잖아.”
“단순하게 생각해. 감성적으로 굴지 말고.”
여전히 지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곧 자리릍 털고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더 지루해 보였다. 나는 정말이지 별 거 없는 진실이라고 곱씹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